4년간 62억 베푼 '얼굴없는 천사' 이남림씨
광교보상비 30억 쾌척 불치병아이들 도와 수혜자와의 만남도 사양 감사편지만 간직
4년여에 걸쳐 62억여원을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한 '얼굴없는 천사' 이남림(61)씨.
8일 오후 2시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자택에서 기자를 맞은 이씨는 대뜸 편지 2통을 내밀었다.
'제 자신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에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감수해야할 심적 고충의 깊이를 공감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했습니다만 아직도 더 큰 도움이 되지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2006년 1월 방송국에 보낸 편지).
62억원이나 기부한 이씨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쉽다니…' 당혹스러웠다.
이씨가 처음 기부에 나선 것은 지난 2002년 여름, 태풍 루사때.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땅 한평 없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이씨는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볼펜장사를 했다. 약간의 돈을 벌어 안경도매점을 했고, 그 뒤 '조금 더 벌어' 70년대 목동 판자촌에 살던 시절 비만 오면 천장에서 비가 줄줄 새던 시절을 기억해 1억원의 수재의연금을 낸 것이다. 이듬해인 2003년 태풍 매미때도 1억원을 쾌척했다.
이후 지난 84년 용인시 상현동으로 내려와 고향에서의 땅 한평 없던 시절을 기억, 땅을 사모아 두었던 것이 지난 2005년 개발 열풍으로 보상 대박을 맞았다.
그러나 이씨는 '내 돈이 아니다'라며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돕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프로그램에 30억원을 기부했다.
30억원은 '사랑의 리퀘스트'프로그램에서 얻어지는 연간 기부금의 80%에 이르는 금액이며, 150여명의 수술비를 한꺼번에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솔직히 당시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며 고민을 했다"는 이씨는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나니 행복감이 물밀듯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에 전 국민과 언론이 주목했고, 이씨의 선행으로 정상인의 삶을 찾은 박모(19·전북 군산)양이 이씨를 찾아 나섰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 대신 방송국을 통해 편지 한통만이 이씨의 손에 쥐어졌다. 기자에게 내민 또 다른 편지 1통<사진>이다.
선행은 계속됐다. 수원 광교신도시에 용인시 상현동이 포함됐고, 여기서 나온 40억원의 보상비 중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고 30억원을 올 1 월 또 '사랑의 리퀘스트'에 쾌척한 것.
올 초에도 어김없이 이어진 언론의 취재를 한사코 거부했던 이씨는 "기부문화가 전파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경인일보의) 취재에 응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라며 사진촬영은 한사코 거부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2007.5.9, 경인일보